뿌연 인천공항에 도착한 수간 `드디어 한국에 돌아 왔구나`하는 기쁜 맘보다는 ~아! 이제 나의 달콤했던 여행이 끝났구나` 하는 섭섭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 정도로 나의 여행은 너무 소중했고 내 인생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으로 만족스러웠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난 사회로 나가기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모두들 겪고 있는 영어문제 말고라도 말이다.

내 전공은 관광학 & 호텔 경영학, 난 내 전공이 적성에 맞았고 나름대로 학교생활을 잘 보냈는데도 그 공허함은 좁은 시각, 관광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제쳐 두고라도 도대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지가 궁금했다. 뭘 먹고, 무슨 생각은 하는지 그리고 다른 나라엔 무슨 볼거리가 있는지 말이다.저 핑키...

그래서 일단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힘든 시간이었다. 학생신분으로 일을 해도 모이는 돈의 액수는 적었고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기에 더욱 그랬다. `여자 혼자서 무슨 여행은 여행!`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는 법`( 난 진짜 이 말을 믿는다) 내 의지가 확고 했고 난 조리 있는 여행계획서를 아버지께 내밀었다. 결국 아버진 허락에다가 자금까지 보태주셨다.

석 달간 일한 이백만원과 내가 대학생활동안 탄 장학금으로 내 고민의 1차적 원인이었던 자금 문제는 끝났다. 누구나 그럴 것이 가선 별거 아닌데 가기 전에 왜 그리 불안하고 궁금한 게 많던지.....

일단 나라를 정하고 유학원을 찾았다. 거기서 만난 언니가 지금의 유학정보뱅크의 실장언니.....(언니가 이건 빼라고 했는데)
지겨울 정도로 많이 찾아가서 묻고 또 물었다. (여러분도 성격 좋은 조언자 하나를 만나기 바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조금의 자료를 모았다. (사실 구체적이거나 내 입맛에 맞는 자료는 없었다.)
젤 중요한 가이드북 (절대 꼭 챙겨가기 바란다)을 배낭에 쑤셔놓고 그렇게 내 여행을 시작되었다.
호주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반대인 관계로 겨울에 떠났는데도 내 배낭은 가벼웠다.(만약 이쪽으로 배낭여행을 간다면 여름에 맞쳐 간다면 금상첨화)

나의 여행기를 쓰자면 책 한 권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몇 개의 주제만 골라 설명하겠다.

영어

호주는 영국 영어권이지만 거대한 대륙이 너무나 멀리 고립되어 있어 영국식 영어보단 호주자체의 색체가 조금은 강한 영어를 구사한다.
남들은 유학갈 때 호주 뉴질랜드가 미국식 영어와 다르다고 꺼리는데 이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네들 나름대로 자기 영어에 대한 pride가 있고, 우린 영어에 대한 더 많은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그리고 몇 십년 동안 미국식영어를 배운 내가 그다지 어색하거나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았으므로.....

 

먹거리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여행은 곧 체력과 이어지므로 난 김치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토종 한국인이다. 신세대지만 먹는 것만큼은 구세대여서 많이 걱정했다.
떠날 때 고추장 한 통이라도 가져갈까` 고민했지만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음식에 적응하는 것도 하나의 배움으로 생각하고 그만뒀다. 호주 뉴질랜드의 식단은 영국식과 비슷하지만 워낙 다인종으로 구성된 나라이기에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한식은 물론, 인디아, 베트남, 태국, 음식 등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호주인의 초대로 2주동안 호주인 집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는데 그네들은 아침엔 토스트, 콘프레이크, 커피, 우유, 점심엔 샌드위치 저녁엔 스테이크나 요리한 치킨과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매일이 똑 같다.
난 빵엔 질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맛들려서 살까지 찌워왔다. 우리나라보다 더욱 맛있는 빵들이 많았기에...

자는 것

호주가 배낭여행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유중 하나는 싸고 저렴한 백백커하우스가 너무나 잘 운영되고 있는다는 점이다. 첨에 도착한 시드니의 한 백백은 동양의 조그마한 여자에겐 엽기적이었다.
도미토리로 한 20개의 bed가 있는 방에서 팬티만 입고 자는 남자들과 여자들 또한 엉망인 배낭옆에서 최소한의 옷만 걸치고 자고 있었다. 남녀 혼숙은 둘째 치더라도 그 자유스러운 차림들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여자들만 있는 방으로 주셔요`에서 `혼숙도 좋아요` 로 바뀐다. 한 가지 단점은 항상 돈이나 중요한 물건들을 걱정해야 된다는 것,
뉴질랜드 백백커도 같은 형태이고 조금 더 저렴하다.

입는 것

호주 뉴질랜드는 제조업이 취약한 관계로 대부분의 옷들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옷들이다.
되도록 가져가는 것이 좋다. 한국 옷이 질도 좋고 디자인도 세련됐기에...
그래도 오랜 여행동안 살 일이 생기는데 이때 중고품을 파는 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 잘 고르면 질도 좋고 값도 엄청 싸기에 가난한 여행자에겐 good

볼거리

난 가이드 북에 많이 의존한 편이다.
위치, 입장료, 교통편까지 상세해 나와 있지만 단점은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 위주이고 출판년도가 조금 지난 책은 명시된 가격이 차이가 난다. 오른 물가가 그때그때 수정 안됐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굳이 가이드북이 없더라도 I(Information center)에 가면 모든 것이 다 있다. 심지어 Voaunteer Job까지 알선해 준다.
난 이곳을 가는 도시마다 보이는 곳마다 들렀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됐다.

 

나만의 여행 노하우

첫째 낯선 곳에 있다고 해서 절대 쫄지말 것.
되도록 맘을 여유 있게 편안히 가지고 항상 여행기분을 즐기는 것이 좋다. 난 방향치여서 수없이 길을 잃었고 그로 인해 내 다리가 고생을 많이 했다 . 그치만 내 머리를 탓하는 것보다 길을 잃으면 누군가에게 말걸 기회가 생기고 (그로 인해 얻은 정보는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됐다.)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한국에서처럼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기에 돌아가는 기쁨을 즐기기를.....
여자 혼자의 몸으로 여행하기는 호주 뉴질랜드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난 혼자 밤 거리를 거닐다 pub에도 수없이 갔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둘째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을 땐 먼저 말걸었다. 거의 대부분 영어권여행자이거나, 영어잘하는 유럽인들(동양인 여행자는 그다지 많이 못만났다.) 첨엔 영어에 쫄아서 주저했지만 한번 용기를 내면 못하는 내 영어를 오히려 귀엽게 봐주고 오히려 동양문화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나의 영어는 더욱 빨리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셋째 가끔 지칠 땐 한달 정도 정착했다. 아무리 여행이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지친다. 마음에 드는 한곳에 정착해 되도록이면 현지인과 살았다.(share house 에서)
영어공부도 더욱 깊이 할 수 있었고,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여행 중에 잠시 만나는 친구와는 다른...)

넷째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도 좋다. 난 관광과 호텔에 대한 책자를 유심히 보았고 좋은 것은 가져왔다. 못가져 오는 것은 사진기에 담았고, 그 분야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 한번은 특 1급호텔에 무작정 들어가 `너희 호텔좀 보여 달라`(물론 정중히)고 했더니 의외로 많은 것을 친절하게 가이드 해 주었다.
이것이 내가 진정 목말라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자원봉사까지? 난 관광비자여서 아쉽게도 일할 기회는 못가졌지만 자원봉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이벤트 사무실에서 시민을 위한 축제를 돕는 일이었는데 짧았지만 아주 재미 있었다. 어느 도시든 volunteer center가 있는데 한번 시도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여섯째 가치가 있는 곳에 기꺼이 썼다. 첨엔 무조건 아꼈다. 난 배낭 여행자로 치면 부자(?)였는데도 그땐 미래의 거지 여행자만 생각하고선 먹을 것까지 줄였다. 시간이 좀지나 꼭 참여해보고 싶은 tour나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색다른 음식등엔 기꺼이 투자 했다. 돈 떨어지면 아무리 관광비자라도 몰래 벌면 된다. 첨부터 나처럼 무작정 아끼는 바보가 되지 말기를 (처음의 여행지에선 많은 것을 놓쳤다.) 그렇다고 돈 뿌리는 관광은 더더욱 꼴불견!

지금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되도록 많은 것을 볼려고,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색다른 것을 접하려고 노력했기에 내 여행은 지금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여행후의 내가 얻은 것은 수 없이 많다. 일단 그렇게도 원했던 외국인 친구들(미국,프랑스, 이스라엘, 스위스, 일본 등 국적도 다양)을 가졌고 영어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이 는 것 같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도 자신감이 생겼고 무엇보다 큰 얻음은 세계는 넓고 배울 것은 많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곳에서 여유롭게(정신적, 시간적으로) 사는 그네들을 보며 스트레스에 찌든 한국인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문화가 그랬고 인구가 많아 그렇다지만 우리도 정신적 여유나마 가지며 웃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래 본다

p.s

호주와 뉴질랜드는 인터넷 요금이 너무 비싸다. 보통 우리나라의 3~4배),
호주엔 가는 도시 마다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예약만 하면 공짜다.( 단 한글을 못읽는 컴퓨터가 많다.) 뉴질랜드는 인터넷 카페가 낫다. 공공도서관도 돈받으니...그리고 모자와 썬 크림과 국제학생증(의외로 도움이 많이 된다), vip카드, 사전은 꼭 챙기기를...